가정용 커피 머신의 끝판왕이라 불리었던 브레빌 사의 870모델입니다.
장관님의 경우 바리스타 경력만 10년이 넘는 커피 귀신이기 때문에 캡슐형 커피머신을 선호하지 않으시는데 언제나 집에서 내리는 커피에 대한 로망이 남달랐습니다.
국내 AS를 위해 현대 백화점에서 큰맘 먹고 장관님의 권유로 구매했으며 4년간 정말 알차게 사용하고 있는 효자 기기라고 할 수 있는 커피 머신기입니다.
5년차에 접어든 요즘 이 녀석이 수상하게 투샷을 뽑으면 머그컵 한잔만큼 왕창 추출을 해버리는 물이 멈추질 않는 희한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처음에 켜고 프로그래밍으로 용량을 지정하면 잘나오는데 꺼두었다가 다음에 추출하면 왕창 나오거나 찔끔~ 추출하고 출수가 자동으로 중단 되는 고장 현상이었습니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브레빌사의 제품군에서 상당히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으로 플로우리미터
라는 부품이 고장 나게 되면 위 증상이 발병한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AS를 보내려고 하니 구매처인 백화점 매장은 코로나 여파로 폐업으로 사라졌으며 AS의 주체가 변경되어 조금 헤메게 되었는데, 수리비가 무려 10만원 이상이들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자가 수리는 불가능한 것인가... 라고 열심히 찾다 보니 클리앙에서 믿을 수 없는 후기를 발견합니다.
마치 샤머니즘
에 가까운 해결책으로, 그건 바로 플로우리미터
라는 부품을 뺐다가 다시 연결했더니 증상이 말끔히 해결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커피 머신기의 능통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원두를 갈거나 샷을 내릴때 기기에는 상당한 소음과 진동이 동반되기 때문에 커넥터 연결불량이라는 설은 굉장히 그럴싸한 수리 조치인 것처럼 들렸습니다.
어쩌면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장관님께 예쁨을 받을 수 있는 무료 이벤트나 마찬가지니 과감하게 기기를 분해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최근 보쉬 전동 드라이버를 구매했으나 개봉조차하지 않고 있어 장관님께 눈치가 보이던 상황이라 시기가 더욱 적절했습니다.
일단 평평한 거실 바닥에 내려두고 물통을 제거합니다.
후술하겠지만 제 생각이 짧았 던게 상단에 달린 원두를 갈기 위해 담아두는 통인 호퍼라는 장치가 있는데 반드시 먼저 기존 커피를 다 갈아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엔 나사를 풀기 위해 기기를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물받이를 제거해줍니다.
기기 후면에 보이는 상단의 나사 5개를 제거해줍니다.
후면 상단 나사가 모두 제거 되었지만 윗 판이 덮어서 후면을 물려있는 형태가 그대로 분리는 불가능하고 상단을 먼저 떼어내는 것이 맞겠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작업하느라 순서가 엉망입니다.
처음에 유튜브의 분해 후기를 보지 않고 시작해서 꽤나 고생했는데 여러분은 꼭 먼저 한번 찾아보시고 진행하시는게 좋습니다.
여기저기 숨어있어서 생각보다 나사를 풀어야 할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물통이 채결되는 부위 뒤로 조그마한 동그란 플라스틱의 정체를 드디어 알게 되는데 이는 바로 나사를 덮기 위한 커버였습니다.
조그마한 드라이버 등으로 살살 올려주시면 빠지는데 너무 힘을 주시면 생채기가 나니 주의하셔야합니다.
한번에 빠지질 않으니 동그랗게 돌려가면서 공략해줍니다.
나사의 깊이가 굉장하기 때문에 긴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드라이버 하나를 다 잡아먹는 놀라운 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사를 풀긴 했는데 자성이 약해서 기기를 뒤집지 않으면 나사를 절대 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뒤집어서 제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기기를 눕혀 놓고 보면 동그랗게 튀어나온 2개의 후면 고정용 나사를 추가로 풀어줍니다.
이제 상단 커버를 벗기면 후면판을 통째로 분리가 가능합니다.
아직 상단 커버는 고정되어 있는데 나사는 전면 좌우측으로 각 1개씩 포인트가 있습니다.
뒤집어버리면 나사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세워둔 채로 그대로 분리해줍니다.
나사를 제거했다면 이제 상판을 살살 들어서 분리해줍니다.
한쪽에는 전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확 뽑으시면 곤란하겠습니다.
원두를 미리 갈았어야합니다 ㅠㅠ
후면 나사를 제거하기 위해 바닥에 뒤집어야 하니 청소기를 이용해 아쉬운대로 분쇄기 쪽을 정리해줍니다.
이대로 눕혀서 겨우겨우 뒷판에 깊게 박힌 나사를 제거했습니다.
다음은 대망의 뒷판 제거입니다.
플라스틱 걸쇠로 고정이 워낙 단단하게 되어 있어서 탁탁 당기는 것으로 중간까진 분리가 쉬운데 가장 아래쪽은 이러다 걸쇠가 부서지는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겨야 분리가 가능했습니다.
뒷판을 뜯어 내면 물통이 연결되는 라인 때문에 완전히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구입 당시 100만원 넘게 주고 산 기기임을 감안할때 전선을 클램프로 마구 물려 놓은 조립 상태가 왠지 신기한데 왠지 모르게 조립 품질이 의심되는군요.
뒷판을 보면 하단의 나사를 풀어 뜯을 수 있지만 이미 플로우리미터
장치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굳이 들어내지 않고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플로우리미터
라는 부품은 처음 보았지만 단순히 초짜가 보아도 물이 지나가는 관을 굳이 뜯어서 사고를 칠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문제는 오로지 상단에 달린 3핀으로 연결된 커넥터 부분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뽑아 내려고 보았더니 쏙 뽑히질 않았는데 알고 보니 브레빌에서도 제조시 실리콘으로 위 커넥터를 고정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접촉 불량이 발생할까 싶어 꽂아도 보았는데 예상했던 것관 달리 아무리 진동을 한들 물리적으로 붙여 두어서 사용중에 접촉이 잘 안되는 수준의 분리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다시 뒤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기존의 실리콘은 제거하고 다시 커넥터를 재연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라스틱 위에 실리콘이라 아주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육안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보나 큰 차이는 없는데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하면서 의심을 걷어내진 못했습니다.
다시 분해의 역순으로 머신기의 조립을 진행했습니다.
새벽에 후다닥 진행하다 보니 테스트는 다음날에나 가능했습니다.
의외로 예상과 달리 수리 결과는 대성공으로 추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이젠 프로그래밍으로 맞춘 용량만큼 정상적으로 추출됩니다.
여전히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단순히 뜯어서 커넥터를 다시 연결한 것으로 얼렁뚱땅 수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혹시나 하고 진행했던 작업이 가정의 평화와 장관님의 지갑을 동시에 지킨 멋진 아빠가 되었는데, 지금도 장관님은 싱글벙글 커피를 내려주시곤 하는군요.
물론 공식 AS가 무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직접 자가수리에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집처럼 유상 AS만 가능한 상황에서라면 번거로운 택배 배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간단하게 한번 시도해볼만 하겠습니다.